그날 비가 왔던가요?
우리 가던길 멈추고 뱃머리를 돌려 산토리니섬에 잠시 정박하던 그날 저녁 말입니다. 비가 살짝 내리던 그날 저녁 B.C 40년 전으로 로마의 통치자 안토니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를 만나러 그 두 나라 가운데쯤 지중해의 한 섬 산토리니로 모두들 모였었지요. 비 내려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 실내에 잘 차려진 맛있는 정찬과 더불어 새로 오신 두 분 선생님들과 함께 한광석 교수님의 안내로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만나는 행운을 맛보았습니다.
각각의 나라 통치자의 위치에 있는 두사람. 공인이기 이전에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로맨스? 불륜? 각자의 신분과 두 사람 다 결혼한 처지였음을 생각해 볼때 특히나 국사를 팽개치고 이집트에 머물면서 클레오파트라와의 쾌락에 진탕 빠진 안토니.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만인의 비판의 눈초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두 연인.
용맹과 명예를 중요시하던 이성적, 정치적인 가치가 지배하던 남성성의 상징인 로마의 안토니........
쾌락, 자기탐닉, 환상, 예술, 감정, 사랑, 부드러움, 유혹과 관능적인 것으로 대변되는 여성성의 상징인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
이 세상에 양립하는 두 가치. 남성적 가치와 여성적 가치....... 남성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클레오파트라. 한 나라의 여왕으로써의 권력을 쥐고 뛰어난 화술과 매혹적인 목소리의 소유자로 나라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수완을 발휘 했다던 뛰어났던 여자. 한 나라의 통치자들(Julius Caesar, Gnaeus Pompey, Antony)을 흔들었던 여자. 그래서 예로 부터 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여자라 했던 것인가 보다. 2000여년 전의 역사속의 인물을 셰익스피어가 그의 작품속에 고스란히 재현 시켜 놓았다.
삶의 여정에서 이성적인 것과 관능적인 것이 만났을때 항상 먼저 고개를 쳐 드는 것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회적으로 잘 배워 습득해 놓은 도덕적인 가치가 곧 잘 양심의 소리로 울린다. 잘 세워 놓은 사회 질서를 깨지 않기 위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이기에 그 속에서 규정 지워놓은 코드에 자연스레 나 자신의 규범으로 동일시 했었다.
셰익스피어를 통해 접해 본 같은 여자로서의 클레오파트라. 물론 내가 일면을 본 것이기는 했겠지만 다분히 동양적 유교적 사상으로 옷 입혀진 내게는 그녀가 신비스럽다기 보다는 충격적으로 다가 왔었다.
어떠한 상황에 놓이든 스스로 그러할 수 있음은 더 할 수 없이 자연스러운 일일진데 그 순간의 현재를 생각하기 보다는 이성이라는 놈이 우리속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통에 온전히 그러하지 못함은 대다수의 우리가 보이는 양상이다. 현재를 충실히 살 수 있을 때 바로 그때가 나 자신이 되는 순간일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사랑에 빠졌을때 이 세상이 더 할수 없이 아름다워 보이고 사랑의 긍정적 에너지로 이 세상이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져 굴러갈 때, 사랑의 마력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삶의 원천이 될 수 있음에 사랑이 뿜어내는 빛을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보면서 지금은 결코 클레오파트라가 충격적이지만은 않게 되었다.
무미하고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재의 삶에서 클레오파트라적인 사랑을, 열정을, 삶을 생각해 본다.........
언젠가 다시 한번 더 클레오파트라를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