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둘째 주 금요일 저녁 7시 "아이 엠" 모임 시간에 맞추어 학교에서 퇴근 하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난듯 앞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심하게 내렸어요. 비상등을 켜고 구물꾸물~~~~ 춘천쯤에 들어오니 언제 비가 내렸나 싶게 하늘이 멀쩡하더군요.
저녁 무렵이라 하늘에는 비를 머금은 회색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모임 장소인 일식 전문점 "가도"에서 내려다 본 바깥 저녁 풍경은 적당히 가로등 불 빛과 어우려져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 하는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지요. 만남이 있던 날을 제외하고는 그 전 며칠동안은 여름으로 가는 길이라 무더운 날씨가 계속 되었었는데......
다음은 한 여름 길목에서 셰익스피어가 던져 주는 <겨울 이야기>입니다.
시칠리아 궁의 어린 왕자 마밀리우스가 엄마인 왕비에게 겨울에는 슬픈 이야기가 좋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때 시칠리아 왕 레온테스가 들어와서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중단시키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직접 삶을 산다. 이 때를 이용하여 어린왕자가 엄마인 왕비에게 이야기 하려 했던 겨울 이야기가 실제로 서서히 눈 앞에 전개된다. 셰익스피어는 이 부분에서 어린 왕자 마밀리우스의 입을 통해서 극의 결정적인 단서와 흐름을 숨겨 놓았고 레온테스를 등장시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행복했던 시칠리아 왕궁의 정원에 겨울로 가는 스산한 바람의 움직임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시칠리아왕 레온테스의 눈 앞에 펼쳐지는 시칠리아 왕비 헤르미오네와 보헤미아 왕인 폴리제네스의 일거수 일투족이 이제 그에게는 그 동안 행복했던 봄날과 같았던 왕궁을 폭풍우 휘몰아치는 겨울속으로 끌어들이는 빌미로 포착 되어진다. 자신과 보헤미아의 왕과는 어릴 때 부터 햇살을 받으며 함께 뛰놀았던 마치 울어대는 한 쌍의 쌍둥이 어린 양 같이 순진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던 사이이다.
이 전개 바로 전에 시칠리아왕궁에 와서 9개월간 체류한 끝에 본국으로 돌아가려 하는 보헤미아 왕에게 시칠리와 왕이 극구 더 체류 하기를 간청하는 장면으로 막이 오른다. 돌아갈 것을 고집하는 왕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왕비에게 그를 붙잡도록 하게 한다. 결국 왕비의 청에 의해 보헤미아 왕은 본국으로 돌아갈 마음을 잠시 접게 되고.......
이제 부터 시칠리아 왕의 눈에 비쳐지는 헤르미오네 왕비와 폴리제네스 왕의 움직임들이 예사롭지 않게 비쳐진다.(자신을 대신해서 폴리제네스 왕을 잘 접대 하라고 자리를 피해 주면서부터는 그들 둘의 행동에 베일이 씌워진채로 비춰지기 시작한다.) 의심의 불길이 레온테스의 마음속에 생겨나자 순식간에 세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되고......... 왕비의 뱃속에 있는 아기까지 의심을 하게된다. 일순간의 의심의 불꽃이 급기야는 진실의 눈을 완전히 멀게 하고 말았다. 불신의 씨앗의 파급효과가 얼마나 강렬한지 이 극을 끝까지 이끌어 나가게 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어린 왕자가 충격으로 죽게 되고 왕비까지 죽었다는 전갈에........ 뱃속의 아기는 남의 자식이라 태어나자 마자 먼곳인 보헤미아 어느 해변의 황지에 버려지고......
어린왕자의 맑은 웃음소리 가득 굴러다니던 봄 날에 벌과 나비 날아다니는 향기로운 꽃들로 둘러싸였을
아름다운 시칠리아 궁전에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그 후 16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고 난 뒤에 (그동안 레온테스는 참회의 날들로 보낸 긴 고행의 시간이었다.) 보헤미아 어느 황지에 버려졌던 자신의 공주를 다시 만나게 되고.........
죽은 줄로만 여겼던 왕비. 살아 생전에 극진히 왕비를 모셨던 파우리나에 의해 조각상으로 숨겨져 있다가 베일이 벗겨지고 홀연히 그들 앞에 죽었던 왕비가 세월의 흐름을 안고 나타난다.
왕의 질투가 빚어낸 폭풍의 여파가 일순간에 모든 운명을 바꾸어 새소리 넘쳐나던 아름다운 봄날과도 같았던 궁전의 삶을 황무지와도 같은 고행의 길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젊은 날의 행복과 아름다움이 보장 되었던 삶은 어디에서도 그 무엇으로도 보상이 되어지지 않는다. 너무나 많은 고통과 이미 되 돌릴 수 없는 가시밭길로 행진을 계속 해야만 했던 나날들이었다.
우리의 인생여정이 언제나 예쁜 새소리 지저귀는 아름다운 꽃 만발하는 정원일 수만은 없지만 살아가면서 어느순간 마음을 한번 잘못 사용하게 되면 전혀 의도 않았던 다른 길로 운명의 신이 방향을 틀어 버리지나 않을 지 곰곰히 생각 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셰익스피는 어린왕자 마밀리우스의 입을 통해서 그가 전하고자 하는 삶의 지혜를 "겨울이야기"라는 단어에다 함축적인 장치로 걸어 두었던 것이다.
마치 이 작품을 읽어내는 독자들은 그 코드를 풀어 내야 그 묘미를 알 수 있는 것 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