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노 교수님과 영시의 만남

후레지아 향기 2007. 1. 26. 23:06

학부때 영시 수업은 무얼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없다.........ㅋ

 나이 들어서 다시 듣는 영시 수업.

학부땐 시험을 보기위해 영시 수업시간에 열심히 번역하고 작품론을 읽어 보고 작가에 대한 배경을 살펴보곤 했던 기억만이 아스라이......

 이번 학기 영시 수업.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우린 그 시간에 누구 시를 또 어떤 시를 배울지 아무것도 모른채 사전 하나만 달랑 들고 강의실을 찾았다. 수업 부담 전혀 없었다.

 교수님이 그날 수업 할 시를 강의실에서 나누어 주고 우린 그제서야 시를 받게 된것이다.각자가 일차적으로 번역을 해 본다. 잠시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한 stanza씩 분석을 해 본다. 작품이나 시인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그 시간에 온전히 그대로 시를 읽고 감상을 한다. 물론 엉뚱한 방향으로 아주 멀리까지 갈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은 우리가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매우 필요한 작업이었다.

 수업의 시간이 축적 되어감과 더불어 영시에 대한 접근 방법을 서서히 알아나가게 되었고 작품론을 읽지 않고서도 자신의 힘으로 시를 이해 해 나가는 법을 그 맛을 느끼게 되었다.

 글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끌어 내는 환희를 느꼈던 시간들이었다.

 이제 정년을 1년 남짓 남겨 놓으신 노 교수님의 아름다운 영시 강의.

그 분이 수업시간에 들어 오셔서 말씀하신것은 정작 얼마 되지 않았다.

잠깐씩의 comment!  

그것이 그 시간 영시 수업의 전부였다.

 학부땐 느껴보지 못한 감흥을 나이 먹으면서 새롭게 듣는 영시 수업에서 시를 낭송하시는 노 교수님의 목소리에서 맛본 삶의 환희.

 울 남편은 문학이 밥 먹여 주냐고 했지만 밥은 먹여 주진 않았지만 앎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주었던 수업이었다.

 만약에 영시 수업을 젊은 교수님에게서 들었더라면?.........(결코 이런 감흥은 느끼지 못했을것 같다.)

 영시를 해 온 탓도 있겠지만 남 다른 풍부한 감성을 지니신 은퇴를 앞 둔 노 교수님의 시 감상 하나하나가 환희 그 자체였다. 시를 감상하기에 내가 적당히 나이를 먹었고 그 시의 비밀을 느끼도록 안내 해 주시는  인생을 넉넉하게 느끼며 살아 오신 노 교수님이 계셨기에 좋았던 수업이었다.

 같이 수업 들었던 동기들 환상의 멤버들이었고 강의 또한 내 인생의 축복 받는 선물이었던 것이다!!!

 

 대학원 수업동안 꼬맹이들과 남편을 뒤로 하고 밤 12시까지 대학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한 시간들이었다.

나의 아이들과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이제서야 전하며........

 

                               2007.1.26.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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